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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수 67
나라
셋. 푸른 물결의 장 (1)
산 속의 어린 나무 하나가 쓰러져간다. 깜짝 놀라 잠에서 깬 동물들이 어둠 속에서 분주히 달아났다. 천천히 몸을 기울이던 나무는 옆 나무에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어정쩡하게 꼬마 아이 하나가 지나갈만한 높이에서 나무는 쓰러지는 것을 멈췄다.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간신히 보이던 백색의 달이 넘어진 나무 머리 위에 덩그러니 떠있다. 나무 옆에는 류거흘이 태도를 쥐고 서있는데 주변에는 화살이 몇 개 박혀 있었다. 그리고 그의 발밑에 두 구의 시체가 뒹굴고 있다. 시체들은 모두 육망성 표식이 새겨진 가죽갑옷을 입고 있었고 가슴팍에 깊은 상처가 파여 있었다. 거기서 흘러내린 피는 류거흘의 발을 축축하게 적실 정도로 흥건히 고였다.
류거흘은 자기 가죽갑옷의 어깨부위를 태도의 날로 잘라낸다. 그가 잘라낸 것을 바닥에 던지자 고여 있던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달빛 아래 드러난 그의 어깨에는 크고 작은 상처들이 나있다. 어떤 것은 길고 어떤 것은 짧다. 대부분의 상처는 아물어 있지만 몇몇의 상처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는 몇 걸음 걸어가더니 땅바닥에서 검은 천을 주웠다. 그리고 그것으로 대충 피를 닦아낸다. 그때 쓰러진 나무의 가지와 잎사귀 사이에서 신음 소리가 났다. 잠시 후 그곳에서 검은 것이 쿵하고 떨어진다. 시체들과 같은 갑옷을 입고 손에는 활을 쥐고 있었다. 류거흘이 검은 천을 두르며 다가가 태도를 들이밀고 말한다.
“왕은 어디 있나?”
대답은 없고 거친 숨소리만 있다. 류거흘은 신경질적으로 태도를 들었다가 넙적한 면으로 내리친다. 활을 쥐고 있던 팔의 피와 살, 땅의 흙들이 태도를 중심으로 터져나갔다. 비명이 숲을 울리지만 류거흘의 질문은 다시 이어졌다.
“세 번째는 없다. 왕은 어디로 도망갔지?”
이번에도 대답은 없다. 더욱 거칠어진 신음 소리만 이어졌을 뿐이었다. 류거흘이 태도를 들었고 손목을 살짝 움직여 면 대신 날을 세운다. 하얗게 몸을 빛내야 할 태도는 대신에 붉은빛을 내고 있었다. 류거흘은 그대로 내려쳤고 검붉은 피가 솟구쳐 오른다. 신음 소리는 사라졌다. 단지 귀뚜라미 소리만이 조용한 숲을 간지럽게 했다.
“다음 녀석에게 물어봐야 겠군. 여기엔 너희 같은 군들이 널렸으니까 말이야.”
류거흘은 서서히 식어가는 세 번째 시신에 그렇게 말하고 어두운 숲속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따라 그는 자린산의 정상으로 향했다.
그가 자리를 뜨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몇몇의 군들이 쓰러진 나무 곁으로 찾아 왔다. 곧 시신을 중심으로 더 많은 군들이 몰려들었다.
“햔님의 호위군들도 아직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셋이나 되는 군을 죽일 수 있을 리 없습니다. 밤을 틈타 기습이 있을 수 있으니 지늘윤님은 몸을 숨기시는 게 좋겠습니다.”
고인 핏물을 밟고 선 지늘윤은 싸늘한 미소를 짓는다. 그는 군들 사이에서 자신을 호위할 병력을 추려 시신들에게서 멀어졌다.
조금 걷자 흙색의 천으로 만들어진 천막이 나왔다. 안에는 아주 약하게 켜진 호롱불이 있고 호랑이 가죽이 땅에 깔려 있다. 지늘윤은 구석에 있는 의자를 끌어다 앉는다. 호위군 둘은 천막 안으로, 나머지는 천막 밖에 섰다.
지늘윤은 검지로 미간을 꾹꾹 눌렀다. 수시로 눈썹을 움직이기도 한다. 한 동안 숨을 끓이는 소리만 내다가 호위군 하나를 시켜서 종이와 붓을 가져오도록 시켰다. 가만히 서있던 다른 호위군은 시키지 않았는데도 간이 책상을 들고 왔다. 지늘윤은 작게 웃었고 호위군은 머리를 긁적이며 제자리로 돌아간다. 지늘윤이 붓을 들어 종이에 글을 써내려간다.
글을 쓰는 것을 모두 마치고 종이를 둘둘 말았다. 그것을 본 호위군이 호랑이 가죽을 들어 밑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고 온다. 호위군의 모은 양 손바닥 위에는 두부 한 모 크기의 함이 있었다. 뚜껑을 열자 안에는 아기 주먹 같은 도장이 보인다. 지늘윤은 그것을 들어 도장 밑면의 덮개를 열고 동그랗게 말린 종이 끄트머리에 살짝 누른다. 금가루가 반짝이는 육망성 모양이 선명하게 찍혔다.
천막 안으로 한 명의 군이 들어왔다. 전체적으로 호위군과 같은 복장이지만 조금 더 가벼워 보이는 차림이다. 그는 지늘윤에게 종이를 받아 들고 천막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빠르게 달음박질치는 소리가 난다.
“그런데 그 나무 왜 쓰러져 있었지?”
가만히 서있던 호위군에게 지늘윤이 가볍게 질문을 던졌다. 둘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기만 하다가 이내 다른 이야기로 넘어간다.
“권족 회의장을 공격이라도 할 생각인지, 햔은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지. 닷새 전에 황룡왕궁이 인육애호가 무리에게 습격을 당했다던데 말이야.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아. 어떻게 생각하나 자네는?”
“저 같은 일반 군이 무엇을 알겠습니까? 대권족이신 지늘윤님께서 훨씬 잘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늘윤은 고개를 살짝 뒤로 젖혀 천막의 천장을 본다. 잠시 눈을 감고 숨소리만 내다가 머리를 거칠게 제자리로 옮겼다. 호위군이 깜짝 놀라서 두 눈을 동그랗게 바라보았다. 지늘윤도 엇비슷하게 동그란 눈으로 말한다.
“인육애호가 무리와 햔이 관계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내가 인육애호가 무리를 흉내 내어 만들어낸 비정규군의 정체를 원래 알고 있었단 얘기가 되는군! 내 군에게 습격을 받고 도망치면서 인육애호가에게 서신을 전달 한 것이야.”
말이 끝나기 전에 천막 안으로 새하얀 천 옷을 입은 몸이 가느다란 남자가 들어온다. 천 옷의 등 부분에는 굵직한 실이 규칙적으로 꼬여 있는 기묘한 문양이 자수 되어 있었다. 그는 눈웃음을 짓고 있었고 가벼운 목례와 함께 인사한다. 그리고 다짜고짜 지늘윤의 말을 이었다.
“지나친 생각일 수 있습니다. 단지 하늘의 뜻에 따라 그 시기가 비슷해진 것일 수 있죠.”
지늘윤이 남자의 얼굴을 보기만 했다. 그는 얼굴이 창백했고 손을 미약하게 떨고 있었다.
“오는 길에 하늘의 가호를 받지 못하고 잔혹하게 죽임 당한 시신들을 봤더니 구토를 해서 말입니다. 걱정 마세요.”
지늘윤은 얘기를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데 신도(新道)님은 아랫마을에서 찾아 올라오신 겁니까? 어떻게 이곳을…….”
남자는 하얀 소매를 몇 번 펄럭여서 팔을 걷어붙이고 무릎을 굽혀 호랑이 가죽을 쓰다듬는다. 바깥에 군들이 왔다 갔다 하는 발소리가 들린다. 남자가 무릎을 펴고 일어서서 얘기한다.
“권족 회의장으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렇게 소리가 크니 모를 수가 있나요.”
지늘윤은 무슨 일로 권족 회의장을 찾는지 물었다. 자신은 최근 종교 집회가 권족 회의장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며 덧붙여 의아해 한다. 대답 없이 손가락으로 볼을 긁던 남자는 하얀 옷을 몇 번 털더니 호랑이 가죽위에 앉는다. 그리고 가볍게 질문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왕께서 여신 집회인데 전혀 들어 본 바가 없으십니까?”
“지늘윤님! 피하십시오!”
천막을 거의 찢으며 호위군 하나가 갑자기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는 한 쪽 팔이 팔꿈치 아래로 사리지고 없었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무릎을 꿇으며 쓰러지려고 한다. 지늘윤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뒤로 천막 밖에서는 끝도 없는 비명소리가 이어지기 시작한다. 절규 사이사이에 인육애호가를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어느덧 가죽을 밟고 선 신도에게 지늘윤은 묻는다.
“인육애호가도 집회에 참석하기로 했습니까?”
신도는 목이 떨어져라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런데 비명소리가 점점 수그러든다. 지늘윤과 신도, 호위군들이 보이지 않는 천막 바깥을 두리번거렸다. 그때 정적을 비집고 바람 가르는 소리가 천막을 꿰뚫는다. 바람을 부리며 날아든 화살은 출입구에 서있던 호위군의 귓불을 스쳐 신도의 심장에 박힌다. 지늘윤과 호위군은 깜짝 놀라 뒤로 넘어간 신도를 본다. 신도의 가슴에 박힌 화살에는 육망성 모양이 새겨져 있다.
셋. 푸른 물결의 장 (1)
산 속의 어린 나무 하나가 쓰러져간다. 깜짝 놀라 잠에서 깬 동물들이 어둠 속에서 분주히 달아났다. 천천히 몸을 기울이던 나무는 옆 나무에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어정쩡하게 꼬마 아이 하나가 지나갈만한 높이에서 나무는 쓰러지는 것을 멈췄다.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간신히 보이던 백색의 달이 넘어진 나무 머리 위에 덩그러니 떠있다. 나무 옆에는 류거흘이 태도를 쥐고 서있는데 주변에는 화살이 몇 개 박혀 있었다. 그리고 그의 발밑에 두 구의 시체가 뒹굴고 있다. 시체들은 모두 육망성 표식이 새겨진 가죽갑옷을 입고 있었고 가슴팍에 깊은 상처가 파여 있었다. 거기서 흘러내린 피는 류거흘의 발을 축축하게 적실 정도로 흥건히 고였다.
류거흘은 자기 가죽갑옷의 어깨부위를 태도의 날로 잘라낸다. 그가 잘라낸 것을 바닥에 던지자 고여 있던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달빛 아래 드러난 그의 어깨에는 크고 작은 상처들이 나있다. 어떤 것은 길고 어떤 것은 짧다. 대부분의 상처는 아물어 있지만 몇몇의 상처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는 몇 걸음 걸어가더니 땅바닥에서 검은 천을 주웠다. 그리고 그것으로 대충 피를 닦아낸다. 그때 쓰러진 나무의 가지와 잎사귀 사이에서 신음 소리가 났다. 잠시 후 그곳에서 검은 것이 쿵하고 떨어진다. 시체들과 같은 갑옷을 입고 손에는 활을 쥐고 있었다. 류거흘이 검은 천을 두르며 다가가 태도를 들이밀고 말한다.
“왕은 어디 있나?”
대답은 없고 거친 숨소리만 있다. 류거흘은 신경질적으로 태도를 들었다가 넙적한 면으로 내리친다. 활을 쥐고 있던 팔의 피와 살, 땅의 흙들이 태도를 중심으로 터져나갔다. 비명이 숲을 울리지만 류거흘의 질문은 다시 이어졌다.
“세 번째는 없다. 왕은 어디로 도망갔지?”
이번에도 대답은 없다. 더욱 거칠어진 신음 소리만 이어졌을 뿐이었다. 류거흘이 태도를 들었고 손목을 살짝 움직여 면 대신 날을 세운다. 하얗게 몸을 빛내야 할 태도는 대신에 붉은빛을 내고 있었다. 류거흘은 그대로 내려쳤고 검붉은 피가 솟구쳐 오른다. 신음 소리는 사라졌다. 단지 귀뚜라미 소리만이 조용한 숲을 간지럽게 했다.
“다음 녀석에게 물어봐야 겠군. 여기엔 너희 같은 군들이 널렸으니까 말이야.”
류거흘은 서서히 식어가는 세 번째 시신에 그렇게 말하고 어두운 숲속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따라 그는 자린산의 정상으로 향했다.
그가 자리를 뜨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몇몇의 군들이 쓰러진 나무 곁으로 찾아 왔다. 곧 시신을 중심으로 더 많은 군들이 몰려들었다.
“햔님의 호위군들도 아직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셋이나 되는 군을 죽일 수 있을 리 없습니다. 밤을 틈타 기습이 있을 수 있으니 지늘윤님은 몸을 숨기시는 게 좋겠습니다.”
고인 핏물을 밟고 선 지늘윤은 싸늘한 미소를 짓는다. 그는 군들 사이에서 자신을 호위할 병력을 추려 시신들에게서 멀어졌다.
조금 걷자 흙색의 천으로 만들어진 천막이 나왔다. 안에는 아주 약하게 켜진 호롱불이 있고 호랑이 가죽이 땅에 깔려 있다. 지늘윤은 구석에 있는 의자를 끌어다 앉는다. 호위군 둘은 천막 안으로, 나머지는 천막 밖에 섰다.
지늘윤은 검지로 미간을 꾹꾹 눌렀다. 수시로 눈썹을 움직이기도 한다. 한 동안 숨을 끓이는 소리만 내다가 호위군 하나를 시켜서 종이와 붓을 가져오도록 시켰다. 가만히 서있던 다른 호위군은 시키지 않았는데도 간이 책상을 들고 왔다. 지늘윤은 작게 웃었고 호위군은 머리를 긁적이며 제자리로 돌아간다. 지늘윤이 붓을 들어 종이에 글을 써내려간다.
글을 쓰는 것을 모두 마치고 종이를 둘둘 말았다. 그것을 본 호위군이 호랑이 가죽을 들어 밑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고 온다. 호위군의 모은 양 손바닥 위에는 두부 한 모 크기의 함이 있었다. 뚜껑을 열자 안에는 아기 주먹 같은 도장이 보인다. 지늘윤은 그것을 들어 도장 밑면의 덮개를 열고 동그랗게 말린 종이 끄트머리에 살짝 누른다. 금가루가 반짝이는 육망성 모양이 선명하게 찍혔다.
천막 안으로 한 명의 군이 들어왔다. 전체적으로 호위군과 같은 복장이지만 조금 더 가벼워 보이는 차림이다. 그는 지늘윤에게 종이를 받아 들고 천막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빠르게 달음박질치는 소리가 난다.
“그런데 그 나무 왜 쓰러져 있었지?”
가만히 서있던 호위군에게 지늘윤이 가볍게 질문을 던졌다. 둘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기만 하다가 이내 다른 이야기로 넘어간다.
“권족 회의장을 공격이라도 할 생각인지, 햔은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지. 닷새 전에 황룡왕궁이 인육애호가 무리에게 습격을 당했다던데 말이야.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아. 어떻게 생각하나 자네는?”
“저 같은 일반 군이 무엇을 알겠습니까? 대권족이신 지늘윤님께서 훨씬 잘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늘윤은 고개를 살짝 뒤로 젖혀 천막의 천장을 본다. 잠시 눈을 감고 숨소리만 내다가 머리를 거칠게 제자리로 옮겼다. 호위군이 깜짝 놀라서 두 눈을 동그랗게 바라보았다. 지늘윤도 엇비슷하게 동그란 눈으로 말한다.
“인육애호가 무리와 햔이 관계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내가 인육애호가 무리를 흉내 내어 만들어낸 비정규군의 정체를 원래 알고 있었단 얘기가 되는군! 내 군에게 습격을 받고 도망치면서 인육애호가에게 서신을 전달 한 것이야.”
말이 끝나기 전에 천막 안으로 새하얀 천 옷을 입은 몸이 가느다란 남자가 들어온다. 천 옷의 등 부분에는 굵직한 실이 규칙적으로 꼬여 있는 기묘한 문양이 자수 되어 있었다. 그는 눈웃음을 짓고 있었고 가벼운 목례와 함께 인사한다. 그리고 다짜고짜 지늘윤의 말을 이었다.
“지나친 생각일 수 있습니다. 단지 하늘의 뜻에 따라 그 시기가 비슷해진 것일 수 있죠.”
지늘윤이 남자의 얼굴을 보기만 했다. 그는 얼굴이 창백했고 손을 미약하게 떨고 있었다.
“오는 길에 하늘의 가호를 받지 못하고 잔혹하게 죽임 당한 시신들을 봤더니 구토를 해서 말입니다. 걱정 마세요.”
지늘윤은 얘기를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데 신도(新道)님은 아랫마을에서 찾아 올라오신 겁니까? 어떻게 이곳을…….”
남자는 하얀 소매를 몇 번 펄럭여서 팔을 걷어붙이고 무릎을 굽혀 호랑이 가죽을 쓰다듬는다. 바깥에 군들이 왔다 갔다 하는 발소리가 들린다. 남자가 무릎을 펴고 일어서서 얘기한다.
“권족 회의장으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렇게 소리가 크니 모를 수가 있나요.”
지늘윤은 무슨 일로 권족 회의장을 찾는지 물었다. 자신은 최근 종교 집회가 권족 회의장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며 덧붙여 의아해 한다. 대답 없이 손가락으로 볼을 긁던 남자는 하얀 옷을 몇 번 털더니 호랑이 가죽위에 앉는다. 그리고 가볍게 질문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왕께서 여신 집회인데 전혀 들어 본 바가 없으십니까?”
“지늘윤님! 피하십시오!”
천막을 거의 찢으며 호위군 하나가 갑자기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는 한 쪽 팔이 팔꿈치 아래로 사리지고 없었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무릎을 꿇으며 쓰러지려고 한다. 지늘윤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뒤로 천막 밖에서는 끝도 없는 비명소리가 이어지기 시작한다. 절규 사이사이에 인육애호가를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어느덧 가죽을 밟고 선 신도에게 지늘윤은 묻는다.
“인육애호가도 집회에 참석하기로 했습니까?”
신도는 목이 떨어져라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런데 비명소리가 점점 수그러든다. 지늘윤과 신도, 호위군들이 보이지 않는 천막 바깥을 두리번거렸다. 그때 정적을 비집고 바람 가르는 소리가 천막을 꿰뚫는다. 바람을 부리며 날아든 화살은 출입구에 서있던 호위군의 귓불을 스쳐 신도의 심장에 박힌다. 지늘윤과 호위군은 깜짝 놀라 뒤로 넘어간 신도를 본다. 신도의 가슴에 박힌 화살에는 육망성 모양이 새겨져 있다.

도톨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