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방 |
미묘한 얘긴데, 토미노는 실제로 오래된 사람이니 명작만화풍인게 당연한거고, 내용적으로 볼 때엔 확실히 건담이고 명작입니다.
(그 시대 아저씨로는 소녀나 아가씨가 하늘을 날아다니는걸 그리는 노땅이 한 분 계신데, 그 분 만화가 그림이 깔끔한 이유는 그 뒤에 있는 젊은이들이 최신 테크날러지로 손을보기 때문이죠. 참고로 토미노는 그 노땅에 대해서 "변태" 라고 평한적이 있습니다)
건담의 시작인 퍼스트의 경우, 마크로스와 함께 "수퍼영웅물에서 벗어난, 병기가 된 로봇"이라는 주제와 "전쟁에 휩쓸린 인간 군상"이라는 두가지 주제가 나타납니다. (그 잘난 아무로 레이조차도 결국 군대의 장기말일 뿐입니다)
턴에이의 경우 여기서 진일보하여 "강력한 무기가 갖는 무력에 반응하는 인간들의 모습", 압도적 무력에 삶의 기반이 파괴된 인간의 모습, "무기를 든 사람의 심리"등을 꽤 잘 그려내고 있는 편입니다. 특히 전쟁이란 상황에서 무기, 인간, 권력자들의 심리와 이상적인 결론을 위햐 고민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확실히 명작이라 부를만 합니다.
(보다보면 수염도 적응되고요. 시드미드가 대단하긴 합니다)
따라서 "건담이 무엇이냐" 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턴에이는, 그 자신의 오프닝에 나오는 것처럼 퍼스트에서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물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뉴건담은 이런 계보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시드나 데스티니가 건담이라고 인식되는 작태에서 턴에이를 보니, 오히려 한숨만 나오는군요...
음? 우주의 스텔비아에 무슨 갈등같은게 있었나보죠?
그놈의 운석 소나기 이후에 스토리가 목표를 잃고 삼천포로 빠지길래 그만 봤었던 기억밖에 없군요. 아예 갈등이 있으면 그거 나오기 이전에 있어야 하는데 본래 목표가 끝난 후에 무슨 번외편같은 기분으로 진행되는걸 보는게 상당히 짜증났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사실, 토미노가 일본 애니계에 끼친 최대 해악인 '뉴타잎'의 피해자라는 점은 스텔비아도 벗어나갈 수 없긴 한데.....저는 지금에 와서는 건담과 뉴타잎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토미노가 건담이라는 애니메이션을 그리다 보니, 그 내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타 집단보다 강력한 무력을 지닌 아나키스트인 주인공"과, "기존 인류보다 특수한 능력을 가진 신인류"라는 두 가지를 선택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직업 해보니 그 능력이나 무력이 해결의 실마리가 되긴 커녕, 상황에 휘둘리는 인간 군상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되려 차별당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토미노 역시, 뉴타잎은 실패였다고 말했고요. 따라서 뉴타잎은 건담의 무대장치 중 일부에 불과하지, 건담의 특징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그런 식으로 본다면 "우주 이주민과 지구인의 대립"이나 "일본군+미군인 연합군과 독일군+일본군인 지온군"같은 것도 건담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점은 건담의 주요 논점을 비켜나가는, 역시나 무대장치에 불과할 뿐이죠.
단순히 뉴타잎과 유사한 특징이 보인다는 이유로 건담의 후계라 하는것은, "건담은 킹왕짱새고 하얗고 빨갛고 파랗고 노란색에 금빛 뿔이 달린 놈을 뉴타잎이 조종하는 애니메션이다" 라고 정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물론 조용호님이 건담을 그런 관점에서 보신다면, 그건 제가 뭐라 할 문제는 아니겠지요. 이건 제 관점일 뿐이고, 조용호님의 관점은 조용호님의 것이니까요.
